사진을 찍자 – #1. 개요 그리고 잡설

사진을 찍자 – #2. 사진기 살펴보기

사진을 찍자 – #3. 노출

사진을 찍자 – #4. 구도

※ 우선 필자는 사진이나, 디자인 등과 관련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 다만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배운 것(a.k.a 꼼수)들을 남기는 것임을 밝힌다.

사진을 찍는 기술(꼼수)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감히 ‘좋은 사진’에 대해 얘기 해보고 싶다.
2000년 쯔음, 인터넷의 보급과 컴퓨터의 보급,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의 가격이 현실성 있는 가격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또 사진기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던 것 같다. 덕분에 나처럼 사진에 문외한이던 사람들도 사진을 접할 수 있었고, 나름 ‘사진’이 취미로써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단지 사진기의 가격에 대한 접근성 뿐 아니라 부가적인, 그러니까 필름이나 인화, 현상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생각해보면 접근에 대한 비용은 더 낮게 느껴졌었고.

대충 2001~ 2002년 쯤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샀던 것 같고, 아직까지 종종 사진을 목적으로 집을 나서니 어림잡아 20년 가까이 사진을 취미로 가지고 있다. 물론 ‘사진 찍는 기술’은 그때나 지금이나 오십보 백보 차이는 없지만. 아직까지 누군가가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와!’하고 감탄을 해 준 적도 없다. 카메라도 바꿔보고, 남들 좋다는 렌즈도 사보고, 또 포토샵이니 뭐니 디지털의 힘을 빌어보기도 했지만, 역시 재능은 재능인가보다. 난 재능은 없다.
하지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하는 것처럼 한가지 확실히 배운 것은 있다.

‘셔터를 누르는데 주저하지 말라’

필름 카메라가 주이던 시절 셔터 한번 누르는 것은 상당히 큰 고민을 안겨주는 행위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셔터 한번’ = ‘돈’ 이었으니까. 내가 필름 카메라를 쓰던 당시 36컷 리얼라가 4000원 쯤 했으니 최소 필름 값만 셔터 한번에 100원이었다. 여기에 현상1현상(現象, development)은 필름 또는 인화지에 약품처리를 하여 사진의 상이 나타나도록 하는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추가되고, 인화2인화(print, Photographic print)는 네거티브(음화)를 통해서 종이에 이미지를 포지티브(양화)하는 것 비용은 4*6 크기의 사진 한장에 대충 200~600원 정도 했었으니 분명 적은 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이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카메라 십 중 팔구는 디지털이다. 카메라 배터리 충전에 들어가는 전기 사용료를 제외하고는 돈이 들지 않는다.
거기에 심.지.어 바로 확인도 된다. 현상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일단 주제가 있다면 셔터를 누르고, 바로 확인하고 지우면 된다.
만약 당신이 이제 막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잘 찍는 법을 알고자 한다면 고뇌하는 영화속 시인처럼 뭔가 뚫어지게 처다보지 말고 일단 셔터를 눌러 카메라의 액정으로 결과부터 확인 해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어느날 문득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을 남보기에 멋지도록 찍어보고 싶다면, 구도가 어쩌고 고민할 시간에 동상의 사방을 돌면서 조리개 값이니 뭐니 바꿔보면서 메모리카드 가득 세종대왕상을 담길 권하고 싶다.
지금은 한번 찍고나면 수정할 수 없던 그 때가 아니다. 세종대왕의 발끝부터 머리까지 구석구석 조각조각 촬영하고 나중에 이어붙이는 것도 가능하고, 렌즈커버를 닫은체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면 컴퓨터를 이용해 수정하면 된다.
일단, 셔터를 누르길 바란다.

‘바로 지금 찍어라’

처음 사진을 시작한다거나, 혹은 카메라의 사용법이 어쩌고, 화소가 어쩌고, 풀프레임이 어쩌고, 렌즈 밝기가 어쩌고 하면서 아무도 보이지 않는 빌딩의 밤을 찍겠다고 산에 오르려고 준비하고 있다면, ‘와 멋져요~’ ‘와 어떻게 이런 풍경을’ ‘어떻게 저 멀리 있는 달을 이리도 선명하게’ 같은 이야기를 들을만한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에게 꼭 이렇게 묻고 싶다.
‘지금 당신 컴퓨터엔 어머니,아버지의 사진이 몇장이나 저장 돼 있나요?’
달력에서 볼법한 사진, SLR클럽의 1면에 있는 사진, 퓰리쳐상을 수상한 사진, 신문에 실린 20년만에 나타난 무슨무슨 신기한 달 사진. 물론 이런 사진 나도 찍어보고 싶다. 나도 그런 사진들을 찍을 재능을 가지고 싶다. 누구인들 다르겠는가.
감히 이런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나 역시도 내일 새벽 지리산에서의 일출보다 지금 당장 김치 한조각에 소주를 털어넣고 계신 아버지의 얼굴이 훨씬 귀하다는 것을 깨닿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카메라를 들이밀면 손사레를 치는 어머니를 찍는 일은 이상하리만지 어렵다는데 동의 한다.
하지만 꼭 기억했으면 한다.

지리산의 일출은 당신의 아버지가, 어머니가,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형이, 누나가, 동생이 세상에 없어도 분명 떠오른다는 사실을.
지금 대충 눌러 찍은 노출과다의 어머니의 얼굴은 언젠가 당신이 찍은 그 어떤 사진보다 잘 찍은 사진임을 깨닿게 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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